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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미술하는 작가’ 전진경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에 찾아간 예술가, 그곳에서 보낸 4년여의 시간과 기억을 담은 그림 기록집

2024-11-28 10:57 출처: 알록출판사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표지 및 본문 첫 페이지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소개

서울--(뉴스와이어)--알록출판사가 예술가 전진경 작가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를 펴냈다.

예술과 노동, 아름다움과 쓸모, 이웃과 연대의 경계를 묻는 그림 기록

부당 해고에 저항한 노동자들에 대한 존경과 애도

기억과 행동이 담긴 예술의 다정한 인사

사뭇 압도적이다. 이 책은 어둠처럼 길고 깊은 싸움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마다 먹먹하고 아름답고 고요한 것들이 나직하게 반짝이고 있어서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하지만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게 된다.

- 김현호 (사진비평가, 보스토크 프레스 편집동인)

어쩌면 이미 세상에서 잊혔을 투쟁의 얼굴들이 이 안에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책은 작가가 남긴 진심 어린 인사이자, 싸움이 끝난 뒤 덧없이 사라지곤 하는 현장에 대한 예술의 근면한 헌사다. 기억과 행동, 애도가 한 권으로 기록됐다.

- 김인정 (저널리스트, ‘고통 구경하는 사회’ 저자)

전진경 작가의 그림은 독보적이다. 기동성 있는 재료와 자유로운 붓질, 특유의 세련된 색감은 현장의 힘겨움을 미소로 끌어올린다. 어두워진 천막의 고요함 속에서 가늘게 뜬 두 눈으로 발견한 아름다움을 보게 한다. 그의 연작들에 경의를 표한다.

- 방정아 (화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1 수상자)

전진경은 ‘이웃과 예술이 필요한 장소에 스스로를 파견’해서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4구역과 남일당,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세월호 연장전 등 연대의 목소리가 필요한 현장마다 화가 전진경이 있었다.

2012년 전진경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던 빈 공장에 들어가 입주 작가로 살았다. 복직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흔히 현장 미술이라고 일컫는 범주를 넘어서는 관계와 만남을 경험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회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이 저절로 피어남을 목격했고, 여러 작가와 노동자들의 협업으로 ‘부평구 갈산동 421-1 콜트콜택殿’이라는 게릴라 전시를 열기도 했다. 예술과 연대의 역동을 체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의 행정대집행으로 콜트 공장이 무너졌다. 해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천막을 세우고 복직 농성을 계속했다. 전진경은 개인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무언가 꽤 중요한 게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드로잉 데이’를 만들었다.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잠깐일 줄 알았던 선언은 농성이 끝날 때까지 4년여 동안 계속됐다.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는 전진경이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에 매주 찾아가서 그림을 그린 4년 여의 시간을 기록한 그림 기록집이다. 농성 천막에서 그린 140여 점의 드로잉 중 40여 점을 추려서 구성했다.

이 책에는 예술가 전진경이 매주 농성장에 찾아간 이유와 그곳에서 포착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천막에서의 시간과 빈틈, 공기와 분위기를 담은 이 그림 기록집은 예술과 노동, 아름다움과 쓸모, 이웃과 연대의 경계를 묻는다. 짧은 글과 회화적인 그림의 상호작용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고 뾰족하게 전하며, 그림 기록집이라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사회에서 이질적으로 취급되는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농성 시간에도 일상과 삶이 흐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본주의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빼앗아 갔던 생기와 유머를 화가 전진경은 자신의 회화 작업을 통해 끄집어낸다. 해고 노동자를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자 우정과 환대를 나누는 동료 시민으로서, 곁에 선 예술가로서 기록하고 그린다. 부당 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를 목격한 예술가의 담담하면서도 따듯한 시선에서 웃음과 울림이 전해진다.

타인의 슬픔을 정면으로 그리지 않는 마음

현장과 타인을 대상화하지 않는 예술가의 주체성

긴 시간 이어져 온 연대의 흔적, 자유로운 붓질에서 드러나

작가의 생기와 현장이 주는 활력이 어우러져

그 사이에서 피어난 역동적인 예술 세계

전진경은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농성 시간에도 일상과 삶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천막에서 만난 꽃과 새, 도구와 옷감, 갈증과 몸짓을 통해 그 안에 살아 있는 에너지를 포착한다. 사회가 그들에게서 빼앗기도 했던 생기와 유머를 회화 작업을 통해 끄집어낸다.

이런 과정 중에 전진경은 예술과 연대의 윤리, 미학과 태도에 대한 고민을 이어 갔다. 노동자를 완전히 대변하거나 그들과 동일하게 되기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자 우정과 환대를 나누는 동료 시민으로서 자신의 예술적 행위와 마음을 표출한다.

‘우리는 분명 다른 세계에서 왔으나 그 다름으로 인해 각각의 존재가 더욱 뚜렷해졌고 지지와 연대는 깊어졌다.’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며, 예술가와 노동자가 현장에서 공존하는 일상은 전진경에게 회화적 기법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전진경은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현장에서 피어나는 역동성에 몸을 맡기며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붓질을 했다. 기동성 있는 재료를 순발력 있게 쓰는 과정에서 회화적인 실험과 도전이 이어졌고, 이는 다시 노동자들의 일상을 노크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됐다.

또한 전진경이 가진 유머와 생기는 현장 자체가 주는 고유한 에너지와 만나, 자칫 무거울 법한 이야기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라진 현장에 대한 애도와 기억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도착한 마음

이 책은 예술가 전진경이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천막에서 보낸 4년 여의 시간을 담은 기록집인 동시에, 전진경이 10여 년간 몸담아 온 코뮌이자 광장으로서의 콜트콜텍 복직 투쟁 노동자들에 관한 애도의 기록이다. 자본주의와 노동 멸시에 저항한 노동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자 한 시대에 대한 묵직한 헌사이기도 하다.

전진경은 콜트 공장에서 날마다 노동자들을 만났던 시기에는 그들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후 공장이 무너지고 복직 농성 투쟁을 하는 노동자 아저씨들을 간간이 만나게 될 때, 이때부터 전진경은 ‘노동자 아저씨들’을 그리곤 했다. 그들을 ‘아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복직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의 싸움 기록이기도 했고, 사회가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노동자들에 대한 응원이자, 경계를 만들고 바깥으로 사람을 추방시킨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 줄거리

나는 2012년도에 아저씨들이 농성하고 있던 빈 공장에 들어가

입주 작가로 살면서 아저씨들과 가깝게 지냈다.

공장이 무너지고 나서는 이 책에 쓴 것처럼 일주일마다 한 번씩

천막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내가 본 것은 아저씨들 삶의 일부이지만,

작가로서 친구로서 아저씨들과 보낸 그 시간을 말하고 싶었다.

◇ 책 속으로

단식을 하면 많이 졸리다고 한다.

2015. 11. 4.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보수 정당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이던 아저씨들에게 사과를 했다.

2016. 8. 26.

이 그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모델을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2016. 9. 14.

몰래 그렸다.

2016. 9. 21.

누군가 꽃을 두고 갔다.

2017. 4. 12.

심심하지 않으셨냐고 물었더니

더 심심한 대답을 하신다.

2017. 11. 1.

늦은 저녁이 되면 나는 그림을 끝내고 아저씨들과 보드게임을 한다.

곧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보드게임 할 때의 우리는 한없이 가볍다.

2018. 9. 5.

...... (중략) ......

농성장이 사라진 후, 나는 잠시 갈피를 잃은 듯 쓸쓸했다.

이 감정은 매우 이상한 것이었다.

...... (중략) ......

아저씨가 다가와 “고마워”라고 말했을 때

눈물이 쏟아졌다. 숨구멍이 막힌 것 같이 꺽꺽 소리가 났다.

결국 나는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했다.

◇ 작가의 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은 때때로 나와 분리되는 기분입니다.

안타까운 모습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때의

용기와 생동감에 감동해요. 나는 목격자가 되었고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농성 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게 됐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몇 번의 파도를 보기도 했습니다.

가령 외로움 같은 파도들요. 그것들은 너무 정면 같아서

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암담한 시간들 안에서, 당사자들과는

다른 종류로 혼란스럽고 답답해했다는 것을 이제야 말합니다.

아저씨들은 각각의 인생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다육이 농장을 운영하고, 다른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가가 되고

청소 노동자가 되고, 일용직 노동자가 됐습니다.

끝내 그 시간을 버텨내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세상에 알린 아저씨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곧 잊혔지만 또 다른 누군가들은

이들의 메시지를 기억할 것이며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재춘 아저씨께 그리운 마음을 보냅니다.

◇ 편집자의 말

2012년 전진경 작가가 콜트 부평 공장에 작업실을 차렸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복직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싶었지만, 현장에 가는 일이 낯설었던 나로서는 그 현장에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핑계로 연대 방문하는 일이 쉬워졌다. 덕분에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구호가 아닌 사람으로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곳에서 만난 전진경은 내가 고정관념처럼 갖고 있던 ‘현장에서 미술하는 작가’에 대한 모든 편견을 부서트렸다. 선글라스를 쓰고, 작업과 운동하기 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공장 구석에 낙타를 그리던 그는 사측에서 스쾃(공간점유)으로 연대를 하려는 전진경에게 험한 말로 압박할 때 그 두려움을 풀고자 평화로운 낙타를 그려 넣었다. 해방 운동을 하는 티벳 사람들의 평화로운 얼굴들도 그렸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두려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자’ 같은 문장을 작업실 곳곳에 써넣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 아저씨들과 너무 빨리 친해지지는 않아도 괜찮지’라면서 혼자 현미밥 도시락을 먹던 전진경!

‘정의’, ‘민중미술’ 같은 단어는 어려워하면서 “나는 작업실이 필요하고, 아저씨들은 예술이 필요하잖아”라거나, “여기에서 작업을 하면 멋진 예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멋진 걸 보여줄게” 하는 쉬운 언어로 그곳에서 ‘예술과 이웃을 하는’ 전진경이 인상 깊었다.

후에 알았지만, 전진경은 그때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 날마다 만나게 되고, 같이 밥을 먹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그들이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 싸움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곤 했지만, “공장에 머무는 동안 노동자들의 이웃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갖는 거라 여겼던” 마음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작 그들을 그리게 된 때에는 공장이 무너지고 난 뒤 복직 농성 노동자들과 비로소 ‘아는 사람’이 됐다고 느꼈을 때, 그 아는 만큼을 그리면서 자꾸만 해고자를 만들어 내는 세상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진경이 콜트 공장에 머물고 1년쯤 지난 후 공장이 무너졌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거리에 천막을 세웠다. 그 뒤 전진경은 노동자들의 천막에서 이 책의 제목처럼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그냥 있기는 서먹하고 어색하고, 전진경은 예술가이기에 그곳에서 예술을 하면 되지라는 생각과 이웃과 연대, 예술의 루틴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기간이 4년 여가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전진경은 꽤 꾸준히 그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고, 그러는 동안 기법과 기록도 거리와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농성 싸움에 대한 기록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연대하던 예술가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또 하나의 목격자로서 나는 이 이야기와 그림이 새로운 자리와 기록, 기억과 애도라고 느낀다. 많은 이들과 이 지점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이 책을 만들게 됐다. 우리 각자가 선 자리에서, 우리가 기록하고 기억하고, 그려내는 태도와 마음에 대해서! 이 책은 알록출판사의 첫 출판물이다.

◇ 작가 소개

· 지은이 : 전진경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동양화의 색감과 재료의 까다로움을 좋아하지만, 현장에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다양한 재료를 순발력 있게 쓰고 있습니다. 물과 섞일 수 있는 재료는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지만, 시민이자 연대자이자 예술가로서 현장에 자주 나가려고 애씁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안에서 새로운 예술이 피어나는 것을 목격합니다. 저절로 피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 역동감은 나를 확장하게 합니다. 현장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형태로 몸과 마음을 만들고 조율하여 예술을 합니다. 멋진 예술을 항상 갈망합니다.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맥을 짚어 볼까요?’를 쓰고 그렸고 ‘야옹이야, 나야’, ‘이대열 선생님이 들려주는 뇌과학과 인공지능’, ‘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 ‘책 만드는 이야기, 들어 볼래?’, ‘안녕, 꿈틀이’, ‘나의 미누 삼촌’ 등에 그림을 그렸다.

◇ 출판사 소개

· 알록

‘터박이 씨앗’을 채종하고 가꾸는 할머니 농부를 닮고 싶다. 알록달록 다양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며, 사물과 세계의 이면을 탐구한다.

알록출판사 소개

알록출판사는 ‘터박이 씨앗’을 채종하고 가꾸는 할머니 농부를 닮고 싶다. 알록달록 다양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며, 사물과 세계의 이면을 탐구한다.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 입주해 있는 1인 출판사로서 인문, 사회, 예술 등의 출판물을 펴낸다. 첫 책으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농성 천막에 찾아간 예술가의 4년 여의 기록을 담은 그림기록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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